2021년 전 세계를 강타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단순한 생존 게임이라는 설정을 넘어, 사회적 계층 구조와 인간 심리를 날카롭게 파고들며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이다. 오늘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세트 vs 현실을 통해 유사한 공간들 찾기에 대해 이야기해볼 예정이다.
![[오징어 게임] 세트 vs 현실 - 유사한 공간들 찾기](https://blog.kakaocdn.net/dna/xR2B9/btsNCxolG69/AAAAAAAAAAAAAAAAAAAAAIn7PHLny1Z9V2b_KlUoudNjiGyYi3BUECntEr2t3WNd/img.png?credential=yqXZFxpELC7KVnFOS48ylbz2pIh7yKj8&expires=1777561199&allow_ip=&allow_referer=&signature=dfiV1DLFVA1bvlCvmi0cRGukL78%3D)
하지만 이 드라마가 가진 또 하나의 강력한 무기는 바로 공간의 미학이다. 알록달록하고 아이 같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게임은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안겼고, 그 아이러니한 설정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작품의 대부분은 세트장에서 촬영되었지만, 흥미롭게도 우리는 일상 속에서 그와 유사한 공간들을 발견할 수 있다. 실제 놀이공간, 아파트 단지, 운동장, 골목길 등은 드라마 속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존재하지만, 색감이나 구조적 유사성은 의외의 연결점을 만들어낸다. 이 글에서는 [오징어 게임]의 주요 세트를 중심으로, 현실 속 비슷한 장소들과 그 심리적 효과를 비교 분석해보고, 나아가 이 드라마가 '놀이 공간'을 공포로 바꾸는 방식이 어떤 미장센을 통해 작동했는지도 살펴보겠다.
아이들의 놀이를 차용한 세트, 현실 놀이터와의 불편한 유사성
[오징어 게임]의 대표적인 시각적 장치는 초현실적인 놀이 공간이다. 예를 들어 첫 번째 게임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펼쳐지는 운동장은 모래밭과 커다란 로봇 소녀가 설치된 평지형 세트로 구성되었는데, 이는 놀이터나 초등학교 운동장과 거의 유사한 형태다. 실제로 한국의 많은 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흙바닥과 단순한 벽면, 철제 구조물로 구성된 비슷한 구획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 구조 위에 비현실적인 색감과 조명을 덧입히면서, 현실에서 익숙했던 공간을 공포의 공간으로 전환시키는 연출을 택했다. 어린 시절의 무해한 기억이 각인된 장소를 갑작스러운 죽음의 무대로 바꿔버림으로써, 시청자는 심리적 불편함과 당혹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두 번째 게임인 ‘설탕 뽑기’가 진행된 공간은 넓은 복도식 구조에 오래된 주택 벽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가 적용되었으며, 이는 70~80년대 한국의 연립주택 골목과 매우 흡사한 구조다. 실제로 서울 성북구나 마포구의 일부 주택가는 유사한 분위기를 띠고 있으며, 오래된 시멘트 벽과 노란 조명이 쏟아지는 풍경은 어린 시절 골목놀이의 추억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드라마는 이 같은 장소에 극단적인 긴장감을 부여해 과거와 현재의 감정을 충돌시키는 데 성공한다.
무한계단과 핑크벽 — 현실 속 미로에서 찾은 비슷한 감각
시청자들이 가장 인상 깊게 기억하는 장면 중 하나는 ‘계단 미로’로 통하는 분홍색 복도 세트다. 다양한 각도로 교차하는 계단, 원색 벽면, 대비되는 유니폼 색깔은 마치 에셔의 ‘상상 속 계단’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미로에 갇힌 쥐 같은 인물들의 심리를 강조한다. 현실에서도 이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장소는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서울 아현동 일대의 오래된 아파트 단지는 유사한 나선형 계단과 폐쇄된 복도를 가지고 있고, 인천 송도의 트릭아트 미술관 일부 구역이나 어린이박물관에서는 실제로 ‘환각’을 연상시키는 색채와 구조적 유사성을 체험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드라마가 이러한 구조를 평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위와 아래를 반복해 찍는 수직 구도와 사각 프레임 구성을 통해 시청자에게 공간의 왜곡을 강하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이런 장면은 인물들이 이동할수록 오히려 더 방향을 잃게 만들며, 시청자 역시 공간 속에 갇힌 느낌을 받게 만든다. 미장센이 공포감 자체보다 ‘길을 잃은 감정’과 ‘감시받는 느낌’을 유발한다는 점이 독특하며, 이런 효과는 실제 감각적인 구조물과 비교될 때 더욱 뚜렷해진다. 현실에서도 이와 같은 색채 대비와 구조 혼란이 결합된 건축물은 존재하지만, 대체로 예술적 공간이나 놀이시설, 전시관 같은 비일상 공간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드라마의 연출 의도가 더욱 뚜렷해진다.
친숙한 장소에서 낯섦을 끌어내는 연출의 힘
[오징어 게임]의 공간 미학이 가장 돋보이는 지점은, 익숙한 장소를 전혀 다른 분위기로 전환시키는 능력이다. 마지막 게임이 벌어지는 ‘오징어 놀이’ 장면은 전형적인 운동장 모래밭 위에 단순한 게임판만 그려져 있는 구조인데, 그 배경이 되는 건물과 조명, 그리고 캐릭터들의 의상이 합쳐지면서 전통 놀이가 잔혹한 결투의 장으로 변모한다. 이는 관객이 무의식 속에 간직하고 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호출하면서도, 그 기억을 왜곡시키는 강렬한 장치로 작용한다. 실제로 많은 시청자들은 이 장면을 본 뒤, 어릴 적 놀이가 얼마나 순진하고 평화로웠는지를 떠올리며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드라마는 공간 자체보다 그 공간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인물의 감정’을 통해 공포를 증폭시키고 있으며, 이는 현실 공간에서도 연출의 의도에 따라 충분히 재현 가능함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실제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 주변의 놀이터도, 조명이 어둡고 무인 상태가 되면 낯설고 불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즉, 공간이 가진 본래 기능과 의미가 어떻게 연출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감정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오징어 게임]은 극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세트장에 인위적으로 삽입된 기하학적 구조, 대비되는 색채, 감시카메라 시점의 촬영 등이 결합되면서, 시청자는 단지 인물들의 감정이 아닌 ‘공간 자체’에 대해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